노연수 / 초록 [綠]
@yesyeonsuu
TITLE: 초록 [綠]
MATERIAL: 물푸레나무, 삼베, 칠회, 옻칠
푸르른 나의 자화상, [綠] 초록은 '파랑과 노랑의 중간 빛'을 뜻하는 동시에 '중요한 부분만 골라 뽑아 적은 기록'을 뜻한다. 가구라는 사물에 나라는 사람을 투영해본다. 살아가는 매 순간이 푸르름으로 가득하면 좋겠다. 초록은 나의 마음을 대변하는 매개체이자 상징물이다. 반복되는 형태 속, 작은 변화가 존재하는 조각들은 순간의 감정 모음집이며 이들은 한데 모여 순간을 기록한다. 옻칠 기법을 통해 겹겹이 색을 쌓고 벗겨내는 동시에 내면 또한 짙어지고 단단해지는 과정을 거친다. 푸른색을 품으며 자연을 담고, 닮고자 한다.
Q>>> 가구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지금까지 지속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A>>> 집에 빈티지 가구나 소품이 많아요. 엄마가 손때 묻은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분이시거든요. 물건을 리폼하는 게 취미셔서 어릴 적부터 솔찬히 흥미롭게 지켜봤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좀 크고 나서 처음으로 오래된 장롱을 침대로 바꾸는 작업을 함께 해본 적이 있어요. 직접 힘을 쓰고 손을 씀으로써 사용 가능한, 내 손길이 닿는 현실의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상당히 보람차고 재미있다는 걸 그때 깨달았습니다. 평소 컴퓨터 프로그램을 다루는 걸 좋아해 그전까지는 넓은 분야의 미디어 디자인 관련 학과 진학만 희망하고 있었거든요. 또한 제가 관심 있는 것들을 모아 분야별 폴더를 만드는 것을 예전부터 취미로 삼아왔는데 그즈음 살펴보니 오브제나 가구 위주의 디자인이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더라고요. 이러한 계기로 인해 제 관심사인 디자인, 세부적으로는 가구 디자인을 선택해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과거에 만든 가구를 현재에도 잘 사용하는 모습을 마주하거나, 작업 중 계속해서 파고들며 온전히 집중하는 저를 발견할 때 스스로 뿌듯함과 보람을 느끼며 계속해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됩니다.
Q>>> 작업 이야기(혹은 철학)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그것들이 작업에 어떻게 작동되는지도 궁금합니다.
A>>> 저는 작업이 그때 그 순간을 기록해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로 일상에서 느꼈던 감정이나 개인적인 감성을 담아 작업을 진행합니다. 제가 생각이 굉장히 많은 편인데요.. 찰나의 생각이나 감정을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 간단한 메모나 낙서라도 해놓는 게 습관이에요. 그래서 기록을 톺아보는 과정을 거치고 다듬은 후에 작업을 시작해요. 이어서 내가 무엇을 느끼고 전달하고 싶은지, 왜 이러한 형태로 표현하고 싶은지 고민해요. 외형도 역시 중요하겠지만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 이러한 성향이 작업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Q>>> 어떤 재료를 선호하시나요? 요즘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는 재료가 있나요?
A>>> 목재, 섬유와 같은 따스함이 느껴지는 소재를 선호합니다. 소재 개발에 관심이 많아 섬유미술 텍스타일 디자인을 부전공으로 공부해 보기도 했어요. 환경 오염 문제가 극심해지는 만큼 더욱 관심을 가지고 알리고싶어 리사이클링 소재를 활용한 작업을 꾸준히 연구해 보고 있기도 합니다.
Q>>> 작가님의 작품은 어떤 공간에 어울릴 것 같나요?
A>>> 여럿이 함께 머무는 공간, 많은 생각이 오고 가는 장소에 어우러질 것이라 상상하고는 했는데요. 국내 문학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과 감정으로부터 시작하게 된 작업이라 문학관에 배치된다면 더 뜻깊을 것 같습니다.
Q>>> 한국인으로서 자신의 디자인에 영향을 주는 것이 있나요?
A>>> 우리나라 고유의 언어로만 표현할 수 있는 깊이가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많이 말씀해 주시는 제 강점이 감수성이 풍부하다는 건데 어릴 적부터 국내 문학을 많이 접하면서 지금의 제가 만들어졌다 느끼고요. 항상 국어의 다양한 표현방식을 흥미롭게 바라봤어요. 요즘은 순우리말에 관심이 많아요. 문학적인 영감을 받아 작품을 통해 옛것을 어렵지 않게 녹여내고 싶어 탐구를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